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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국제적 수준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낙후돼 있다고 해도 좋다. 이는 금년 전체 시장의 매출액이 340억위안(5조 1000억원), 수출이 100억위안(1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2000억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겨우 0.2%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무엇보다 잘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1만개에 이르는 전국의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을 대표하는 100대 업체들의 금년 전체 매출액이 60억위안(9000억원)에 약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이 아직 이 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식(정보)산업부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산업 당국이 최근 전국에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 단지를 설립하는 적극적 정책을 계속 추진중인 것은 다름 아닌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절실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이 단지들은 19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5년 내에 세계 최대 강국인 인도에 필적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위한 적극적 전략 역시 현재의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전국적으로 400여개 대학에 40여만명의 관련 인력이 양성되고 있음에도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 학교의 설립이 속속 검토되는 것은 이같은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6월말 베이징(北京) 국제전람회에서 열린 전국소프트웨어 박람회같은 각종 대형 행사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행사 자체에서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질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가 여전히 세계 정상권과는 한참 거리가 나지 않느냐는 강한 자각이 읽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시회에 주도적으로 참여, 약 1000만위안(15억원)대 규모의 계약 상담을 성사시켰다는 베이다칭냐오(北大靑鳥)의 자오젠핑(趙建平) 연구원은 “대형 박람회등의 행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를 통해 꾸준히 업체들의 제품 개발 의욕과 자극을 북돋아주는 것은 웬만한 규모의 연구개발비 투자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면서 향후 당국과 업계의 더욱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연히 시장의 현실은 쾌속 성장이라는 표현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전체 IT 산업의 예상 평균 성장률 30%에 못 미치는 20%대에 만족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수년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금년의 경우도 작년 매출액 270억위안(4조 500억원)에 비해 25% 가량 늘어날 예정이나 전체 IT 평균 성장률 30%대에는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의 225억위안(3조 3700억원)에 비해 겨우 20% 늘어난 규모에 그쳤다.
제품의 종류별로 본 시장 구조의 왜곡은 더욱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긍정적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다름 아니다. 금년을 예로 들면 플랫폼과 응용, 미들웨어 제품의 비율이 각각 33:61:6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의 31:64:5보다는 미들웨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는등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플랫폼과 응용 소프트웨어 제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더구나 금년에도 플랫홈 제품군에 속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시장의 외산 점유율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취약한 중국 업계의 한계가 극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총 35억위안(5250억원) 규모에 이를 시장을 오라클과 사이베이스, 마이크로소프트, 인포믹스, IBM등이 석권할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중 중국 시장에서 가장 발군의 성적을 올리는 오라클은 금년에도 30% 이상의 경이적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이베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20% 이상만 넘으면 성공으로 여겨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ERP, CRM등 응용 제품군의 관리 소프트웨어 제품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상반기까지의 상황을 보면 금년 30억위안(4500억원)에 이를 전망인 전체 시장의 1,2위를 용여우(用友)와 진디에(金蝶)가 차지하면서 합계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할게 확실해지고 있다.
예상 매출액은 용여우 6억 6000만위안(990억원), 진디에 6억위안(9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랑차오궈창(浪潮國强)과 신중다(新中大), 안이(安易) 등은 각각 5% 전후의 점유율로 1억5000~2억위안(225억~3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이 시장의 다크호스인 SAP와 오라클은 10% 전후의 점유율을 기록, 나름대로 선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관건은 단연 금년 4월 본격적 시장 참여를 선언한 미국 피플소프트의 선전 여부이다. 미국에서 SAP와 오라클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경우 최소 시장의 5% 정도는 차지하면서 분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분야는 특히 1000만개에 이르는 중국의 중소기업들 가운데 약 50% 정도가 늦어도 내년 중으로 속속 제품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소프트웨어 산업 가운데는 드물게 상당히 빠른 속도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지역별 점유율은 당연히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컴퓨터 보급률이나 대기업 분포등의 각종 지표상으로도 이른바 IT 도시 3강으로 꼽히는 베이징 일원의 화베이(華北),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하는 화둥(華東), 선전(深)의 화난(華南)지역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년의 경우 작년의 60%를 약간 상회하는 61~62%의 시장을 점유할 전망으로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당국과 업계의 각종 노력을 제외하고도 현재 자국 산업의 진흥을 위한 바람직한 현상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내 소프트웨어 인큐베이터 단지의 설립, 중국 업체들과의 합작을 통한 세계 최고 업체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적극적 중국 진출, 중앙 및 지방의 각급 정부 및 기관들의 중국 브랜드 구매 계획등은 바로 이같은 현상들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다. 특히 이중 각급 정부와 기관의 자국 브랜드 구입을 위한 노력은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무래도 자국에서 제품의 질과 수준을 검증받은 다음 세계로 진출해야 하는만큼 이같은 분위기는 업계 전체를 고무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베이징 당국의 경우 금년 약 80억위안(1조 2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을 전량 국산으로 구입한다는 방침을 확정, 최근 구매를 위한 입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지금은 전체적 기술 수준이 낮고 기대하는만큼 성장이 되지는 않고 있으나 5년 이내에 인도를 필적할 수준에 이르겠다는 야심이 결코 괜한 목표가 아닌 것이다. 최근 언론에 중국과 인도를 비교하는 각종 보도가 줄을 잇는 데에는 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중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현재보다는 5년 내지 10년 후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시장이라고 하면 정확한 판단이 아닌가 여겨진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2002/07/01 디지털 타임즈 홍순도 기자
